루비 켄드릭 선교사는 26세의 젊은 나이로 소천하기 8개월전, 태평양을 건너 조선에 왔습니다. 암흑의 땅, 지독한 가난이 지배하는 땅, 질병의 공포에 휩싸인 땅, 미신이 가득한 땅 조선은 한창 아름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스물다섯 아가씨에게는 결코 어울리는 땅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좇아 이 땅에 왔습니다. 조선에서 겨우 8개월을 살다 간 그녀에 대한 자료는 너무 부족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묘비명은 계속 가슴에 남아 묵직한 묵상을 하게 합니다.
“천개의 삶이 내게 주어진다면 모두 조선을 위해 바치겠습니다.”
1950년대 한국에 왔던 영국 <타임즈>의 기자가 ‘한국에 민주주의가 정착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는 것을 바라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독한 가난, 눌어붙은 기름때처럼 씻기지 않는 부패, 이 땅을 지배하던 어둠의 영, 누가 보아도 이 땅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자가 보지 못한 것이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어둠의 땅을 지켜보고 계신 분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버려진 땅처럼 황폐한 이 땅을 하나님은 한 번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스도의 죽음을 허락하신 그때부터 하나님은 이 땅의 구원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의 마음, 하나님의 지치지 않는 사랑을 깨달은 루비 켄드릭이라는 젊은 영혼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삶을 다루신 하나님의 방법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조선에 대한 사랑을 온전히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자신의 삶과 죽음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 번의 삶을 바친다고 말한 그녀의 고백은 하나님으로부터 배웠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