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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옥한흠 목사님이 오라고 하셔서 찾아뵈었는데, 그때 주셨던 말씀을 잊지 못한다. 목사님은 선배로서 또 스승으로서 이런저런 조언을 주시며 굉장히 준엄하게 말씀하셨다.
“이 목사, 설교 준비 안 했으면 강단에 서지마라,”
설교 준비 안 하고 강단에 섰다가 설교를 완전히 죽 쑤고 성도들에게 망신당하면 좋은데, 희한하게도 하던 가락이 있어서 설교가 된단다. 이것이 화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설교를 대충 준비하는 버릇이 들면 그게 망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하나님, 제가 설교 준비 안 하고 섰을 때 버벅거리다가 망신당하게 해 주시고, 사람들에게 톡톡히 창피당하게 해 주시기를 원합니다.‘
내가 고3 때 교회를 빼먹고 독서실에 간 적이 있다. 딱 한 번 그런 일이 있었다. 엄격한 고신교단에서 자란 나에게는 엄청난 결단(?)이었다. 불안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독서실에 앉아 있어도 공부가 안 됐다. 잠만 자다 왔다. 그런데 문제가 뭔지 아는가? 그게 짜릿짜릿한 매력이 있더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날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기에 가족들은 아직도 그 일을 모른다.만약 그때 내가 독서실에 갔다 오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라도 하나 부러지든지 독서실 책상 모서리에 부딪혀 어디 하나 멍이라도 들었더라면 나는 다시는 주일을 범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이게 더 무서운 일이다.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운 자리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는가? 죄 짓고 있는가? 모조리 다 들통나서 수치의 자리에 빠지는 복을 누리게 되기 바란다. 당장은 수치요 부끄러움일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축복이다.
이찬수 /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사](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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