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의 장편소설 [유림]을 보면 퇴계에 관한 이야기를 적고 나서 무심코 자판기에 천 원짜리 지폐를 넣고 커피를 빼려다가 잠시 멈칫거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자신에게 “나는 항상 그 지폐를 사용하면서도 이 퇴계를 직시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누구나의 지갑 속에 들어 있는 가장 흔한 화폐에서 과연 퇴계의 진면을 본 적이 있었던가? “ 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고는 “나는 거스름돈을 확인하느나 정신을 다른 곳에 팔고 있그나, 이 퇴계가 누구인가를 직시하기 전에 커피를 마시고, 거스름돈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구나. 이 퇴계의 초상보다 돈에 집착하는 나야말로 기계로구나, 나야말로 동전을 집어넣으면 한잔의 커피가 흘러나오는 자판기로구나. 영혼이 없는 깡통이구나!”라고 자탄했다고 한다.
말씀을 늘 곁에 두고 있으면서도 과연 말씀을 직시하고, 말씀을 진면을 보려고 노력했는가? 그저 그렇게 말씀을 흘려버리고 말았는가? 동전을 집어넣으면 한 잔의 커피가 나오듯 그렇게 마씀을 받고 있지는 않는가? 말씀을 깨닫고 그 말씀이 능력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가? 우리는 말씀을 보배처럼 담아 두어야 한다. 말씀을 마음속 깊은 곳에 모시고, 그 말씀을 깨달음으로써 아름다운 인생이 되어야 한다.
‘All-in’은 ‘노름꾼이 남은 돈을 한 번에 다 걸고 마지막 승패를 겨룸’ 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그 참뜻을 알 수가 없다. ‘혼자 물을 댄다’, ‘홀로 자신이 주의한다’라는 뜻도 있는데, 남은 것을 모두 건다는 것은 그야말로 외롭고 힘든 혼자만의 일이자 결정이라는 말이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때 자신만은 말씀에 비춰 해 보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도 살려보지 않을지라도 홀로 외롭게 결단해야 한다. 이것이 말씀을 깨닫는 신앙인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