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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2등이 있어야 1등도 아름답다. 위대한 2등 배경이 있었기에 1등의 역사가 이루어진다.
1953년 5월 29일 11시 반, 영국의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는 어떤 새도 넘을 수 없다는 전설이 깃든 에베레스트산의 정상에 우뚝 섰다. 인류 최초의 에베레스트 정복이었다. 훗날 ‘경’이라는 작위를 받게 된 그는 모든 산악인의 영웅이 되었다. 그런 힐러리 경이 훗날 오랫동안 침묵했던 첫 등반 당시의 한 진실을 밝혔다. 에드 더글러스가 지은 [히말라야가 처음 허락한 사람]에는 이 감동적인 고백들이 빛난다.
“텐징은 정상을 눈앞에 두고 혼자 오르지 않고 뒤에 처진 나를 30분이나 기다렸습니다.” 텐징 노르가이. 그는 산악인 안내와 짐꾼 역할을 했던 셰르파 중의 최고의 셰르파였다. 힐러리는 자신이 에베레스트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이 텐징 노르가이 덕이었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둘은 동시에 정상에 오른다. 힐러리의 고백 이후에는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정복한 사람이 누구인지 물을 때면 힐러리와 텐징이라고 두 사람을 언급한다. 힐러리 경은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텐징의 사진을 촬영하고 자신은 찍지 않았다. 죽음을 무릅쓰고 동행한 텐징을 높여 주고 존중했던 것이다. 텐징은 1986년 사망했다. 힐러리는 셰르파들을 위한 공공사업에 생을 바쳤다. 잊을 수 없는 텐징에 대한 추억 때문이다. 누구나 주목받는 주인공 장미가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홀로 핀 장미꽃을 보라. 가시가 두드러지게 보인다. 안개꽃이 장미의 배경을 될 때, 가시가 숨겨지고 아름다운 축복의 꽃다발이 된다. 세상이 삭막한 정글로 변한 이유는 서로 주인공만 하려 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 줄 때 세상은 아름다워진다.
한재욱,[인문학을 하나님께](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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