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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미군의 포장박스에서 나온 나무판자들로 만든 조그만 교회가 있었다. 지붕은 녹슨 함석판으로 만들었는데, 총알이 뚫은 구멍과 못이 너무도 많았다. 바닥은 딱딱한 맨땅에 쌀부대를 깔았다. 바로 이 교회에서 어느 장로교 노회의 회의가 개최되고 있었다. 황해노회는 한때 소속 교회가 200여 개나 되는, 휴전선 북쪽에서 가장 큰 노회 중 하나였다. 그런데 전쟁으로 마을과 교회가 풍비박산이 났다. 교단 전체가 공산군의 기관총에 무참히 사살되었고, 시신으로 가득한 대규모 무덤이 생겼다. 많은 목사들과 장로들이 공산당 경찰조에 끌려가 돌아오지 못했다. 그런 이곳에 피난민 노회가 생긴 것이다. 이들은 몇 달 동안 토굴과 산속에 숨어 지내며 공산당의 강제징용을 용케 피해 월남한 사람들이었다. 안수식은 위엄 있고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70년 넘게 사역하면서 일본인과 공산군에게 감금과 폭행을 당하고 여러번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고령의 목사가 신참목사들에게 목회의 책임과 온전한 헌신의 필요성에 대해 몇 마디 했다. 그런 뒤 젊은 목사들의 손을 차례로 잡고 상대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한 채 풍파에 시달린 두 뺨을 눈물로 적시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죽기까지...충성하시오!”
“죽기까지...충성하시오!”
“죽기까지...충성하시오!”
나는 이제까지 감동적인 의식에 많이 참석했다. 근사한 박사까운, 화려하고 멋진 환경, 훌륭한 음악, 일류급 목소리, 뛰어난 연설, 장엄한 행진, 놀라운 장관 등이 수놓인 의식들, 하지만 내 평생 이에 견줄 만한 영혼을 울리는 의식은 없었다.
감부열 / 한국의 길을 걷고 있는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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