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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수 88만명. 구수한 말솜씨와 친근한 캐릭터로 대표 유튜버로 자리매김한 스타가 있다. 바로 박막례(72) 할머니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가 할머니의 채널을 두고 “가장 영감을 주는 채널”이라고 극찬했고, 지난 4월에는 유튜브 CEO 수잔 워치스키가 그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박 할머니는 손녀 김유라(29)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박막례, 이대로 죽을 수 없다』(위즈덤하우스)를 펴냈다.
27일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에서 만난 박 할머니는 “내가 유튜브를 하고 보니까 이런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이것을 안 했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죽었을 텐데 얼마나 한이 됐을까. 이렇게 책도 내다니…”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가장 신나는 것 중 하나가 외국에 가서 외국 사람들과 이야기해본 것”이라며 “내 사주팔자에는 이런 것도 못해보고 죽을 줄 알았는데 외국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그러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박 할머니는 최근 세계 각지에서 초청을 받고 있다.
스무살에 결혼하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3남매를 낳자 집을 나갔다. 파출부와 식당일, 리어카 장사까지 안 해 본 일이 없다. 파출부 세 탕을 뛰고 식당일까지 마치고 오면 자정이 넘었다. “비참한 인생이었어요. 내가 살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그 힘든 와중에도 자식들 버리지 않고 끝까지 길러낸 거야. 내가 내세울 건 없어도 그거 하나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
사기도 여러 차례 당했다. 약 40년 동안 식당을 운영했고, 70세가 되던 해엔 “그냥 관뚜껑을 덮을 때까지 일하다 갈 팔자려니” 했다. 그런데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 했던가. 71세가 되던 해, 박막례 인생이…완전히 뒤집어져 버렸다!”
김유라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나는 할머니처럼 살기 싫었다. 70평생 아버지, 남편, 자식들 때문에 허리가 굽어라 일만 한 불쌍한 인생이다. 인생은 진짜 불공평하다고 생각했고, 할머니를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왜 꼭 퇴사해야 했느냐고 물으면 회사가 휴가를 흔쾌히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할머니와의 사이가 각별한 것 같다고 하자 김씨는 “다른 집도 다 우리 집 같은 줄 알았다. 우리 가족은 서로 거칠게 장난치는 사이라 할머니와도 거리낌 없이 지낸다”고 했다. 박 할머니는 “유라가 공부도 잘하고 다 좋은데 치우질 않는다. 옷도 아무 데나 벗어놓는다”며 “그래도 ‘귀하게 커야 시집은 잘 간다’는 말을 되새기며 혼자 삭힌다”고 말했다.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손녀지만 무뚝뚝한 할머니는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박 할머니는 “왜 손녀딸이 이쁘다는 마음이 없겠냐. 그런데도 표현을 잘 못한다”고 했다. 이어 “내가 평생 남에게 못된 짓 안 하고 착하게 사니까 이런 손녀딸이 나에게 온 거 아닌가 싶다”고 했다.
과거 힘든 날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인지 묻자 박 할머니는 “아무리 힘들어도 툭 털고 일어나는 성격 덕분인 거 같다”고 했다. 사기를 당해 거금을 날렸을 때도 박막례는 두 시간 만에 평상심을 되찾았다고 한다. 자식들이 다른 화를 입은 것보다는 다행이라 여겨졌고, 어차피 내 돈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단다.
앞으로 박 할머니의 꿈은 무엇일까. 그는 “꿈이나 바라는 것은 없고 요즘처럼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며 “당장은 영국 여행을 가보고 싶다”고 했다.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으냐고 묻자 “다른 것은 모르겠고, 일단 결혼은 안 하고 혼자 살 거다. 나는 결혼해서 행복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내 인생이 완전히 찌그러졌다. 70 넘어서 이런 세상이 온 걸 부처님께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청춘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는지 물었다. “희망을 버리면 절대 안 돼요. 희망을 버렸으면 다시 주워 담으세요. 그러면 돼요. 희망은 남의 게 아니고 내 거라서 버렸으면 도로 주워 담으세요. 인생은 끝까지 모르는 거야.”
■ 박막례 할머니는 말하셨지…
「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나. 북 치고 장구 치고 니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여.”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여. 내가 대비한다고 해서 안 오는 것도 아니여. 고난이 올까 봐 쩔쩔매는 것이 제일 바보 같은 거여. 어떤 길로 가든 고난은 오는 것이니께 그냥 가던 길 열심히 걸어가.”
“귀신이고 나발이고 난 무서운 게 아무것도 없어. 다시 내 인생을 돌아다보기 싫어. 내 인생이 젤로 무섭지. 내 인생만치 무서운 게 어디 있어.”
“다이어트면 다이어트지. 다이어트 음식 같은… 놀고 있어. 살 빼려면 처먹지를 말어.”
“여행은 눈으로 하지만 추억은 돈으로 만들어야 된다이?”
」
중앙일보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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