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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앞으로의 목회 계획을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모릅니다"로 일관한다.
무성의한 대답 같지만 나는 정말 모른다.
우리교회주보에서는 그 흔한 연간 목표, 표어를 찾아볼 수 없다.
나는 초심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고 한걸음씩 나아가면 된다고 본다.
개척을 시작하려는 무렵에 나를 따라서 교회를 창립하는데 합류할 것인지를 놓고 많이 고심한 분이 계셨다.
그 좋은 교회를 떠나서 어설픈 젊은 목사를 따라나서는 일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 그분이 나를 초대하여 이런 질문을 던지셨다.
"목사님, 장년 사역에 대해 세워놓은 계획이 있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을 들어보고 따라나설지 여부를 결정하려고 하셨던 것이다.
이런 심각한 마음을 담고 질문을 던지셨는데,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의외였다고 한다.
"아무 계획도 정해 놓은 것이 없습니다."
감사하게도 그분은 결국 나를 따라나섰다. 한참 지난 후에 그분은 어떤 모임에서 웃으면서 그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목사님께서 아무 목회 계획이 없다고 하실길래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설마 개척을 시작하시는 분이 아무계획도 없을라고'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따라나서보니 진짜 아무 계획이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말을들은 우리는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실제로 우리가 아무 계획 없이 지나온 것은 아니다.
그 말 속에는 개척하는 목사가 너무 지나친 자기 확신에 빠져 하나님 보다 앞서가는 계획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들어 있었다.
하나님이 지시하시면, 시대와 지역사회의 필요가 있으면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이찬수, [세상에 없는 것](생명의말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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