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칼 융에 따르면 사람이 태어나서 40년간은 세상을 발견하고 정복하는 시기라고 합니다. 그때까지는 모든 것이 가능성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중년이 지나면서 인생의 지평선 너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청장년 시절의 열정과 힘이 어느덧 사라지고, 세우러과 세상에 정복당하는 느낌이 듭니다. 저 역시 십대 아들들과 운동을 하다 보면, 제 순발력과 투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곤 합니다. 아들들은 그런 저에게 “아빠, 이젠 늙으셨나 봐요.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라고 위로 하지만, 그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40주년 동창회에 갔을 때, 단지 늙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것 같다고 푸념하는 동창생의 말이 귓가를 울립니다.
이처럼 점점 힘이 빠지는 인생살이에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하나님은 시든 풀과 같은 우리를 낫으로 쳐서 쓰러뜨리는 냉혹한 분이 아니십니다. 잎사귀가 결코 시들지 않는 곳에 나무롤 옮겨 심는 신실한 농부처럼, 하나님은 우리를 영원한 빛의 나라로 옮기시고 영원히 돌보아 주십니다. 비록 이 땅에서 살아가는 동안 육체가 점점 쇠잔해질지라도 낙망하지 말고, 우리 영혼을 날로 새롭게 하시며 우리를 위해 가장 안전하고 아름다운 곳을 예비해 두신 하나님만 바라보고 의지하십시오.